일상2009. 7. 22. 19:03
몇 년 전에 유명한 예술작품 전시회를 갔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작품과 나 사이에는 유리가 아니라 벽이 하나 놓여있는 것만 같다. 도슨트(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도슨트들이 없으면 밥한숫가락 뜨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환자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안타까운 상황.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인지 단체로 온 것으로 보이는 주위 학생들에게 물었다. "전시회에 온 느낌이 어떠니?" "여기를 왜 왔는지 모르겠어요. 볼 것도 없는데...". 결정적인 문장 하나 나왔다. '볼 것도 없는데...'. 몇개 건물에 나눠져 넘치도록 전시된 작품들, 그러나 볼 것이 없다라는 말. 보긴 했으나 실제 본 것이 아닌 작품들.  대중성이 없어서, 함께 할 수 없는 외로운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일반인이 어려운 작품 =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는 공식을 내세운 것은 아닌지...
(모든 예술 작품과 전시회가 그런 것이 아니고, 저 행사를 보고 느낀 것임)

[ 그래피티, 출처 : http://arci.textcube.com/89 ]


이제 IT분야를 생각해봐야겠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IPTV 설치하러 오신 엔지니어. '다들 조작하는게 어렵다고 하는데, 딱 이 것 누르고 이 것 누르면 간단히 됩니다. 쉽죠?'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 쉬운가? 화면의 복잡한 메뉴 구조며, 리모콘의 넘쳐나는 버튼들. 아마 그들에게는 쉬울 것이다.

웹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개발자는 사용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클릭하고 입력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예전에 다른 개발팀과 얘기했을 때 일이다. '기술적인 내용이 전면에 너무 드러났다. 기술은 뒤에 감추고, 쉬운 UI와 직관성을 추구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후원자인 기술은 뒤에 숨어있어도 된다. 그게 진정으로 기술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신승환 저) 책에 쓰인 다음 글이 공감이 간다.

구현할 때 단순함을 추구하면, 사용자가 불편하다.
하지만 구현하기 힘들지만 사용할 때 단순함을 추구하면, 사용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요즘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쉬운 UI로 사용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다.
'예술'이든 '기술'이든,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예술가와 개발자의 의도를 전달할 수 길이 있음을 잊지 말자. 이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맞바꿀지라도 말이다.

※ 책 읽을 때도,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 책을 선호한다. ^^
Posted by 좋은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