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5. 5. 13. 18:56

그림자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자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그림자는 제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다.

지금까지 샀던 카메라는 똑딱이 뿐이다. 평상시에 스마트폰으로 그림자를 찍는다.

가까운 곳에 여행갈 때만 똑딱이 카메라로 찍는다.


정약용은 국화의 빼어난 점 5가지를 얘기했다.
늦게 꽃을 피우는 것, 오래 견디는 것, 향기로운 것, 어여쁘지만 요염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등불 앞의 국화 그림자를 꼽았다.

정조시대의 간서치(看書痴) 이덕무는 흰국화 꽃이 창호지에 그림자를 만들자,
묽은 먹을 묻혀 창호지 위에 베꼈다. 한 쌍의 나비가 꽃 가운데 앉자, 꽃 그림에 나비도 그렸다.
또 참새 한 마리에 가지를 잡고 매달리길래 참새가 놀라 날아갈까봐 급히 참새까지 보탰다.
그리고 붓을 던져버리고 한마디 말을 던졌다. “나비를 얻었는데 참새를 또 얻었구나”

그림자는 매 분마다 조금씩 변한다.
그림자의 하루 생활은 기울어졌다가 똑바로 섰다가 또다시 다른 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줄어들었다가 다시 자라나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그림자는 바닥을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그림자의 사진은 그래서 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이덕무가 참새를 그릴 때 급히 그렸던 것처럼 그림자에게는 가장 좋은 자세를 취할 때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그림자는 말한다. “지금이 내 자세가 가장 좋은 것 같아. 빨리 찍어줘”

그래서 찍었다. 그림자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5살 아이가 어른을 그린다면 (2015.5.)



개발자는 개발을. 그림자는 그림을. 그림이 그려지는 계절. 수묵화. (2015.4., 2014년에도 같은 나무 아래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었다)



수묵담채화 (2015.5.)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네. 선캡 하나만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 한낮을 버티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해. 나도 더울 땐 그늘에서 쉬고 싶다. - 신호등 7형제 올림 - (2015.5., 2014년에 같은 사진을 찍었다)


펜싱중 (2015.4.)


그림자도 여름 준비. 시원하게 포즈를 취한 그림자 여인 (2015.5.)


Posted by 좋은진호
일상2014. 4. 8. 18:30

듀폰의 타이벡(Tyvek) 재질로 만든 지갑이다. 종이에 코팅을 입힌 것 같은 재질인데 락페에서 손목에 차는 티켓이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바로 타이벡으로 만들었다.

타이벡 재질의 지갑타이벡 재질의 지갑

작년 9월말부터 사용중이니 6개월을 사용했다. 최소 1년은 사용했으면 좋겠구나 싶었는데 아직도 멀쩡한 것을 보면, 질긴 재질처럼 질긴 생명을 가진 지갑같다.



[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 시즌 2' 책에서 타이벡 지갑을 알게 됐다. ]

이 지갑을 꾸준히 갖고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가벼움 때문이다. 종이에 패션을 더했지만, 여전히 종잇장처럼 가볍다. 종이 속에 종이 지폐 몇 장을 더해봐도 가벼움에는 변함이 없다. 수건을 빨고, 손으로 짤 때를 생각하면 된다. 물을 더 쥐어 짜내기 위해 양쪽에서 두명이 잡고 돌릴고 돌려서 한방울도 안남을 때까지 온 힘을 다한다. 수건에 물 한방울 남지 않은 바로 그 상태의 지갑이 이 지갑이다. 더 이상 쥐어 짜내봐야 더 이상 가벼워지지 않을 것 같다.

저렴하다. 이 지갑 사용 전에는 10만원 정도의 지갑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지갑은 커피 두세잔이면 살 수 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상대가 커피값을 낸다면 지갑을 살 수 있고, 10만원짜리 옷을 사는 대신 9만원짜리 옷을 샀다면 이 지갑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싸구려 티가 난다? 그럴 수 있다. 그대가 '싸구려'같다고 말할지라도 난 '고구려'유물을 얻은 것 같다. 대량생산된 브랜드 지갑이라면 '값'은 나가겠지만, 이 지갑만큼의 ‘독특한 가치'는 없다. 특별함의 매력이 있다.

[ 6개월 사용한 모습 ]


아쉬움도 있다. 지갑의 모서리 부분이 조금씩 닳아 진다. 그래도 괜찮다. 그 속의 돈은 멀쩡하니깐. 또 처음 사용할 때는 지갑이 잘 닫아지지 않는다. 닫아도 입을 벌리고... 이게 한달은 가더라.

글을 쓰고 나니 이상하게 지갑판매원같다. 타이벡 지갑이나 종이 지갑을 검색해보면 여러개가 나오는데, 수납공간(?)이 업체별로 다르다. 지폐를 넣는 공간, 카드 공간의 갯수가 다르니 맘에 드는 것을 고르시길.

Posted by 좋은진호
일상2010. 6. 14. 13:05
지난 10일(목) 점심 때쯤에 2호선 사당역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였다. 플랫폼의 천장에 붙어있는 안내시스템에서 나온 메시지다.

[ 사당역 안내시스템의 화면 ]


Check Update....
   위치: System.Net.HttpWebRequest.GetResponse()
   위치: Metro.Launcher.Http.RequestGet(String url, String[] data)
루트 요소가 없습니다.

.Net 으로 개발되었나보다. 바탕화면에는 '바이로봇 Desktop 5.5'가 보인다.

공공시설물에서 이런 화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익숙함이 무감각을 낳은 것 같다. 운영의 문제인가, 개발의 문제인가? IT 밥을 먹고 있는 저로써는 이런 화면이 흥밋거리가 되기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안보였으면...


* 관련글
  2008/10/17 - [일상] - 열차 자동발매기의 윈도우 에러창

Posted by 좋은진호
IT이야기2007. 4. 1. 18:16
드디어 일정과 주소록을 관리할 수 있는 라이프팟( http://www.lifepod.co.kr/ )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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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느낌은 요즘 웹2.0 서비스처럼 심플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 두번째 느낌은 사용하기 쉽네...
- 몇 번 클릭 후에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사용자의 의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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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새일정 작성시 '까지'에 해당하는 기간을 선택하면 사용자가 '종일일정'을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체크가 되어 기간 설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캘린더 선택'에서 일정묶음이 하나일 경우에 자동으로 그 하나를 선택해줘야 한다. 인터넷속으로 삶을 옮겨 놓으려는 시도라면, 일상의 행동대로 인터페이스는 변해야 할 것이다.

이쯤해서 일상으로 한번 돌아가 보자.
일정대로 모든게 다 이뤄지는가? 구체적인 일정이 모두 정해져 있는가?
올해 할 일, 상반기에 할 일, 5월에는 나들이 가볼까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정은 달력으로는 표시가 안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wiki 스타일의 웹페이지를 개발해두고 예정 사항을 적어두고 있다. 삶에 비춰보면 라이프팟에 간단한 메모 기능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능 추가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삶을 옮겨 놓기위한 필수 사항으로 봐야한다. '우리의 삶은 이렇지'라는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사용이 어렵지도 않고 삶의 일부분인 서비스여서 기능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길게 쓰기 귀찮아서. ^^) 인터넷에 옮겨놓은 이 서비스가 내 삶에 맞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다.

Posted by 좋은진호